나가오카 겐메이 인터뷰 - 디자인하지않는 디자이너
[서면 인터뷰]
* 아래는 『디자인하지않는 디자이너』출간과 관련하여 지은이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입니다.
Q1 버려진 물건 중 디자인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수집하여 판매하는 매장
‘D&DEPARTMENT PROJECT’로 일본 디자인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.
처음 D&DEPARTMENT PROJECT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.
⇒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늘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.
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인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요.
그런데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
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디자인 상품들이 꼭 그만큼의 속도로 사람들 손에서 버려지고 있더군요.
그래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
그 물건이 어떻게 사용되고 버려지는지의 과정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
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 생각이 D&DEPARTMENT PROJECT를 만든 계기입니다.
Q2 세계적으로 빈티지 무드가 붐입니다.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매끈한 신제품이 아닌,
오랜 시간과 사연을 간직한 빈티지 제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.
D&DEPARTMENT PROJECT 역시 중고 제품을 다루지만, 이런 취향의 흐름을 반영한다기보다는
소비에 대한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빈티지숍과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.
D&DEPARTMENT PROJECT를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.
⇒ Long life design에 대한 메시지.
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 곁에 남아있는 디자인,
세대를 뛰어넘어 늘 유용하고 쓸모 있는 디자인,
그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.
Q3 수많은 잡동사니 중에서 어떻게 ‘상품’이 될 만한 물건을 발견하고 선별하는지 궁금합니다.
나가오카 겐메이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요.
⇒ 정직하고 상식적이며 평범한 기준들입니다.
-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일 것
- 수리가 가능할 것
- 언제든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
Q4 디자이너로 일하다 사업체의 오너로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.
D&DEPARTMENT PROJECT를 이끌어나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.
⇒ 유행의 흐름에 따라 페이스가 흔들리려 할 때 그것을 잘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.
Q5 디자이너 출신의 경영자는 일반 경영자들과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시각이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.
어떤 점에서 구별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.
⇒ 수치를 생각하지 않아요.
대신 세상 물정이나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.
Q6 책 속에 ‘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물건을 손에 넣는 시대’라는 표현과 함께
무인양품과 유니클로가 언급되어 있는데요,
한국에서도 이 두 브랜드의 인기는 매우 높습니다.
두 회사 모두 일부 계층이 아닌 다수의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
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. 이제 그다음이 궁금합니다.
앞으로 디자인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.
⇒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둘 다 없어질지도 모르지요.
어쨌거나 이제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좋은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고,
값싼 제품만 넘쳐나는 시대입니다.
‘올바른 가격’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.
Q7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『나가오카 겐메이의 방식』입니다.
책을 관통하는 『나가오카 겐메이의 방식』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엇일지요.
⇒ ‘멋짐’을 추구하지 않는 것.
겉모습을 그럴 듯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다보면 본질적인 것을 놓치게 됩니다.
Q8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까요.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요.
⇒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
나의 생각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세요.
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.
내가 D&DEPARTMENT PROJECT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간 데는
함께 해준 동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.
Q9 한국에도 꿈과 생각을 현실의 비즈니스로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.
그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.
⇒ 다른 사람의 돈에 의지하지 말고,
자신이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되
멋짐을 지향하지 않는 것.